박방희 | 학이사 | 9,000원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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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6
그 동안 내 시는 많이 변모했다. 무엇보다 말수가 줄어들었다. 삶에서나 문학에서나 나는 말 많은 게 싫다. 한마디의 말, 한 문장의 말로 사물의 핵심을 찔러야 한다고 믿는다.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어진다고 하지 않는가. 장검이 아니라 비수 같은 단검으로 승부를 보는 시, 그저 전광석화같이 의표를 찌르는 언술로 진검승부를 하는 시, 단말마 같은 서슬 푸른 시에 나는 전율한다. 한 줄짜리 시도 한 쪽짜리 소설도 얼마든지 훌륭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의 내 시는 대체로 짧고 간명하다. 조금 길다고 해도 걸림이나 거침이 없다. 풍자와 역설, 그리고 위트와 유머의 시를 지향한다. 서정의 넋두리가 아닌 극서정으로 가는 시, 짧고 명료한 촌철살인의 시를 선호한다. 이는 아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