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시작하면서 늦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마음속으로 ‘카이로스의 시간’을 작동시키지만, 여전히 동요가 일어나는 것은 변함없다. 어차피 지나가버린 ‘크로노스’의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사라진 연기, 흘러가버린 강물과 같다. 나이가 들수록 무시로 발동하는 조급한 마음은 군중 속에서도 고독감을 느끼게 한다. 어떤 분야에든지 이미 명성을 얻었거나 축적된 경험으로 입지를 굳힌 사람들이 자리잡고 있다. 그런 분을 대하면 태산처럼 보이고 ‘내가 어느 세월에 언저리에 다가갈까.’라는 아득함이 밀려 온다. 축적된 경험이나 명성은 돈으로 살 수 없는 무형의 가치가 아닌가. 쉽게 얻은 수 없기에 더욱 높아 보인다.
늦은 때란 없다. 늦다고 생각할 때가 빠르다. 좀 늦더라도 시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목표를 정하고 좀 더 치열하게 정진했다면 생각보다 좋은 결과를 얻었을 것이고 패배감이 줄었을 것이다. 그동안 동인지에 어줍잖은 글 몇 편을 발표한 것 외에 뚜렷하게 내세울 결과물이 없다. 늦게 시작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절절함이 부족했다. 수필은 밥이 아니었기에 치열하게 매달리지 못했고, 변방에서 얼치기 흉내만 낸 꼴이다.
나는 십 년 단위로 등산, 마라톤, 철인삼종경기에 빠져 살았다. 오십 대에 수필에 눈을 돌린 것은 큰 행운이었다. 이제 수필의 바다에 푹 빠지고 싶다. 내가 어떤 것에 빠질 때, 아내는 물가에 노는 어린아이를 보는 마음으로 지켜주었다. 글쓰기와 인연을 맺은 지 오 년, 용기를 내어 함량 미달의 글을 묶었다. 남편과 가족을 위해 헌신하며 기어이 ‘복코의 반란’을 일으킨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경북 영양의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라
대구 보건대학교와 한국방송통신대 국문학과를 졸업하였다.
2008년 <한국수필>로 등단, 달구벌수필문학회, 대구 수필가협회, 책쓰기포럼 회원, 매일신문 시민기자로 활동 중이며
계간<수필미학>편집장을 맡고 있다.
2014년 <젊은 수필>20인에 선정되었으며 수필집<복코의 반란>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