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숙의 수필 세계를 파악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열쇠는 '상상'혹은'상상력이다. 그의 수필은 온통 상상력에 기대고 있다. 씨줄로서 일상의 글감은 상상이라는 날줄을 통해 한 편의 작품으로 직조된다. 그의 작품을 제대로 읽으려면 작가의 상상력이 작동되느 회로를 잘 찾아가야 한다. 그에게 있어 상상은 한 편의 작품을 창조하는 도구나 방법으로만 끝나지 않고, 세계와 존재를 인식하는 기본 원리로 작동한다. 그의 수필에서 상상은 구체적인 방법이면서 동시에 메타적인 원리인 셈이다.
수필의 세계에 들어와 많은 기쁨을 누렸다. 글을 발표하고 책을 엮어 세상에 자취를 남긴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 모두가 이끌어주신 선생님들 덕분이다. 운이 좋았다. 좋은 글로 보담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문단의 작가들과의 여러 만남은 글을 쓰는 것만큼 소중한 경험이다. 문학동네에서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 아직도 신기하다.
글이 샘솟듯 쏟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소재가 궁하지는 않다. 이것저것 관심사가 많기 때문이다. 수필 작업이 내가 나를 돌아보고 정진하는 바탕이 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보다 바람직하게 사회에 기여하기를 감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