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내 시는 많이 변모했다. 무엇보다 말수가 줄어들었다. 삶에서나 문학에서나 나는 말 많은 게 싫다. 한마디의 말, 한 문장의 말로 사물의 핵심을 찔러야 한다고 믿는다. 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어진다고 하지 않는가. 장검이 아니라 비수 같은 단검으로 승부를 보는 시, 그저 전광석화같이 의표를 찌르는 언술로 진검승부를 하는 시, 단말마 같은 서슬 푸른 시에 나는 전율한다. 한 줄짜리 시도 한 쪽짜리 소설도 얼마든지 훌륭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의 내 시는 대체로 짧고 간명하다. 조금 길다고 해도 걸림이나 거침이 없다. 풍자와 역설, 그리고 위트와 유머의 시를 지향한다. 서정의 넋두리가 아닌 극서정으로 가는 시, 짧고 명료한 촌철살인의 시를 선호한다. 이는 아마 내가 소설이나 동화 같은 장르에서 길게 쓸 공간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라는 시대가 그런 속성을 요구하지 않는가. 따라서 이 시집에 실린 70편의 시는 이러한 나의 기호와 취향에 부합하는 시들이라 말할 수 있겠다.
박방희 시인
출생1946년, 경상북도 성주
수상 경력
2013년 제11회 우리나라 좋은 동시문학상
2010년 제20회 방정환문학상 동시부문
2008년 불교아동문학작가상
2008년 제25회 새벗문학상 동화부문
2007년 제5회 푸른문학상 동시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