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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훔치는 새벽

“엄마 배 아파” 밥을 많이 먹은 후나, 점심시간이 늦어 꼬르륵 소리가 날 때. 또 이불을 덮지 않고 잠을 자는 바람에 배가 차갑거나, 설사로 정말 아플 때. 나는 꼭 엄마를 먼저 불렀고, 엄마는 늘 “우리 애기 어쩌냐”며 어린양을 받아줬다. 산골 작은 마을에는 약국도 없었다. 엄마는 의사도 아니고 약사도 아니었다. 허름한 월남치마나 입고 발뒤꿈치는 쩍쩍 갈라지는 초라한 촌부였던 엄마가 실절적으로 내게 해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난 늘 칭얼거렸고 엄마의 대답도 늘 한가지였지만, 우리 애기 어쩌냐는 말 한마디에 어린 내 마음은 가득 차올랐고, 배 아픈 게 씻은 듯이 낫곤 했다. 파도치지 않는 날이 하루도 없는 것 같은 삶을 살면서“엄마 배 아파”라고 응석을 부려 놓을 수..
“엄마 배 아파”
밥을 많이 먹은 후나, 점심시간이 늦어 꼬르륵 소리가 날 때.
또 이불을 덮지 않고 잠을 자는 바람에 배가 차갑거나, 설사로 정말 아플 때.
나는 꼭 엄마를 먼저 불렀고, 엄마는 늘 “우리 애기 어쩌냐”며 어린양을 받아줬다.
산골 작은 마을에는 약국도 없었다. 엄마는 의사도 아니고 약사도 아니었다.
허름한 월남치마나 입고 발뒤꿈치는 쩍쩍 갈라지는 초라한 촌부였던 엄마가 실절적으로 내게 해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난 늘 칭얼거렸고 엄마의 대답도 늘 한가지였지만,
우리 애기 어쩌냐는 말 한마디에 어린 내 마음은 가득 차올랐고, 배 아픈 게 씻은 듯이 낫곤 했다.

파도치지 않는 날이 하루도 없는 것 같은 삶을 살면서“엄마 배 아파”라고 응석을 부려 놓을 수 있었던 나의 안식처는 글쓰기였다.
밥 한 그릇을 더해 주기는커녕 괜한 넋두리를 하느라 밤잠을 설쳐 피곤했지만‘엄마’같은 글쓰기는 내 허전한 마음을 달래주는데 모자람이 없었다. 다행이었다.

아마도, 나의 글쓰기는 살아갈 날의 위로가 되고 등불이 되고, 마음 기댈 수 있는 편한 언덕이 되어 나를 지켜 줄 것 같다.
좋은 예감이다.♡
경북 상주출생
1992년 경북대학교 졸업
2006년 대구문학 신인상
2007년 대구수필문예대학 수료
2011년 제3회 전국주부수필공모전 은상
2012년 제11회 동서문학상 가작
대구문인협회 회원
현 대구광역시 동구청 근무

㈜유페이퍼 대표 이병훈 | 316-86-00520 | 통신판매 2017-서울강남-00994 서울 강남구 학동로2길19, 2층 (논현동,세일빌딩) 02-577-6002 help@upaper.net 개인정보책임 : 이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