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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바보 짝귀

아빠는 신용불량자 신분으로 쫓기다가 행방불명되었고, 엄마는 집을 나가버린 까닭에 앞을 못 보는 할머니와 단둘이 살아가는 짝귀는 바보다. 아이들이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부른다. 짝귀 자신도 스스로를 바보라고 생각한다. 바보는 학교에 다닐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학교는 바보 아닌 사람들만 다니는 곳이니까. 그래서 짝귀는 학교도 그만두었다. 아이들에게 돈을 뺏겨서 그만둔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바보는 학교에 다닐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만둔 것일 뿐이었다. 학교는 그만두었지만 도서관은 열심히 나간다. 사서 아줌마가 엄마처럼 예뻐서 날마다 도서관 출근을 하는 것은 아니다. 안 나가면 사서 아줌마가 찾아와서 왜 안 나오느냐고 따지고 귀찮게 하니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의무적..
아빠는 신용불량자 신분으로 쫓기다가 행방불명되었고, 엄마는 집을 나가버린 까닭에
앞을 못 보는 할머니와 단둘이 살아가는 짝귀는 바보다.
아이들이 모두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부른다. 짝귀 자신도 스스로를 바보라고 생각한다.
바보는 학교에 다닐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학교는 바보 아닌 사람들만 다니는 곳이니까.
그래서 짝귀는 학교도 그만두었다. 아이들에게 돈을 뺏겨서 그만둔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바보는 학교에 다닐 필요가 없기 때문에 그만둔 것일 뿐이었다.

학교는 그만두었지만 도서관은 열심히 나간다.
사서 아줌마가 엄마처럼 예뻐서 날마다 도서관 출근을 하는 것은 아니다.
안 나가면 사서 아줌마가 찾아와서 왜 안 나오느냐고 따지고 귀찮게 하니까,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의무적으로 얼굴을 보여주러 나가보는 것일 뿐이다.

어느 하루 반찬거리를 사러 시장에 갔다가 새끼오리를 발견했다.
새끼 오리들이 나를 좀 데려가줘, 데려가줘, 하고 조르는 바람에 짝귀는 반찬거리 살 돈으로 오리를 사고 말았다.
오리는, 그것은 정말이지 수다스런 녀석들이었다. 게다가 완전히 일방적이다.
뭐라고 계속 떠들어대는데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가 없다.
모르는 것이 거의 없는 할머니도 오리의 언어는 해석을 못하신다.

?
시장에 갔을 때 오리가 하는 말을 분명히 들었다고 생각하는 짝귀의 고민은 깊어간다.
시장에서는 나를 데려가줘, 데려가줘, 하고 조르는 오리의 말을 알아들었건만 집에 와서는
왜 오리의 말을 한 마디도 못 알아듣는 것인지, 밤낮으로 고민에 고민을 하고 또 하던 짝귀는
마침내 대학을 다녀보기로 결심하고 사서 아줌마를 찾아가서 방법을 알려달라고 조른다.
학교는 싫지만 대학은 가서 오리의 언어를 공부하고 싶어 하는 짝귀.
그러면 대학은 어떻게 들어가지?
1997년 중편소설 <한줌의 도덕>으로 광남문학상 2012년 산문집 <아들을 오빠라 부르는 울 엄마 참 예쁘다>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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