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 요 위로 가라. 안 미끄럽제?"
어릴 적 눈 오는 날이면 내 오라비는 마당에 폐지를 깔아 주었습니다. 눈이 오면 감옥살이하는 몸 불편한 동생, 집안에서만이라도 자유롭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으리라 짐작합니다.
"누나야. 안 미끄럽제?"
사무실 근방은 음지라 눈만 오면 빙판길이 됩니다. 내심 걱정을 하며 출근하는데 웬걸, 길이 좋았습니다. 그새 다 녹았나 했지 나를 누나라 부르는 직장 동생이 연탄재를 뿌려놨을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습니다. 때론, 하나님께 생트집 잡고 싶은 삶입니다. 스스로 놓고 싶을 때도 숱하게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사는 건, 넘어지지 말라고 길을 만들어 주는 내 사람들 때문이다.
그 리 고
‘아름다운 세상살이’를 할 수 있게 하는 다른 동아줄은 글입니다. 글을 읽지 않았다면 그 긴 병상 생활은 견디지 못했을 것이고, 쓰지 않았다면 삭막한 사람이 되었을 겁니다. 나에게 글은 풀어내야만 하는 신귀(神鬼)같은 것입니다. 풀어내지 않고는 편하지 않았기에 수시로 풀어냈습니다. 그러길 여러 해, 글이 여기저기로 흩어졌고 그로 근심하던 즈음에 포럼 팀을 만났습니다. 이 년 동안 신명 나게 풀고 엮었습니다. 늘 무겁기만 하던 마음이 비로소 가벼워졌습니다. 여전히 건재한 나의 신귀는 다시 무엇인가를 풀어내라고 보챕니다. 과히 기분 나쁘지 않은 앙탈입니다. 이렇게 나의 삶은 글과 사람으로 졸졸졸 흐를 겁니다.
마지막으로 이다지도 감격스러운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움주신 영원한 나의 기둥 내 아버지, 서소택님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경북 군위군에서 태어나 사람보다 동물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일곱 살까지 성장했다. 이후로는 대구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고 현재는 글만 쓸 수 있는 그 날을 꿈꾸며 논공에서 안전용품점을 운영한다.
2010년 달서구 전국 백일장 차상
2010년 동리목월 백일장 우수상
2012년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우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