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옆 방 여자의 죽음, 그리고 할머니.
고시원 2층 좁은 복도 전체에 폴리스 라인이 둘러졌다. 204호 여자의 죽음 때문이었다. 고시원 주인 박 씨는 내게 연신
허리를 굽히며 양해를 구했다. 경찰들이 현장 보존 및 증거 채취를 할 일주일 동안만 다른 곳에 머물러 달라는 거였다.
박 씨의 말 속에 ‘어쨌거나 그 이후로도 계속 우리 고시원에 머물러라.’와 같은 속뜻이 내포하고 있음을 나는 쉽게 파악했다.
가려운 뒷목을 긁자 검은 셔츠 위로 흰 가루들이 떨어졌다.
“근디 말여. 그라도 동석 씨 옆 방 살던 처잔디. 진짜루 한 번 본적이 없나?”
“맹세코 없습니다.”
목소리는 몇 번 들은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마저도 어렴풋했다. 나는 그 사실을 털어놓으려다 곧 침과 함께 목구멍
깊숙이넣어두었다. 목소리를 들어봤으면 뭐 하나. 머리스타일이 어떤지, 눈썹모양은 어떤지, 입술이 얇은지 두툼한지.
분간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는데.
고시원 2층 좁은 복도 전체에 폴리스 라인이 둘러졌다. 204호 여자의 죽음 때문이었다. 고시원 주인 박 씨는 내게 연신
허리를 굽히며 양해를 구했다. 경찰들이 현장 보존 및 증거 채취를 할 일주일 동안만 다른 곳에 머물러 달라는 거였다.
박 씨의 말 속에 ‘어쨌거나 그 이후로도 계속 우리 고시원에 머물러라.’와 같은 속뜻이 내포하고 있음을 나는 쉽게 파악했다.
가려운 뒷목을 긁자 검은 셔츠 위로 흰 가루들이 떨어졌다.
“근디 말여. 그라도 동석 씨 옆 방 살던 처잔디. 진짜루 한 번 본적이 없나?”
“맹세코 없습니다.”
목소리는 몇 번 들은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마저도 어렴풋했다. 나는 그 사실을 털어놓으려다 곧 침과 함께 목구멍
깊숙이넣어두었다. 목소리를 들어봤으면 뭐 하나. 머리스타일이 어떤지, 눈썹모양은 어떤지, 입술이 얇은지 두툼한지.
분간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는데.